# 전북지역 건설업계 아직도 '한파'

도내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전년比 44.6% 급감
올해 1월 전년동월 79.1% 감소 문제 심각해
부동산PF 부실-대출금리 상승 이중고 겪어
업계 '4월 위기설' 중견 건설사 줄도산 예상
건설자재가격 3년간 35.6%-공사비 26.1% 상승
기본형건축비 2년간 6회 올라 연간 최대치 달성

삼천동 직업소개소 건설노동자
봄성수기도 일감 없어 발길 끊겨
실내건축 목수 70대 주류 이뤄
건설업 첫일자리 선택 청년비율
15~29세 4%-20~34세 4.2%
건설노동자 중 82.4% 40대 이상
30대 11.3%-20대 6.6% 그쳐
고강도 골조작업 外근로자도 기피
불법체류 인력 없이 현장 불가능
인구노령화-기능인 부재 대책을

주택시장 구조변화 대응 개편을
공공참여형 정비사업 활성화
정비사업 용적률 체계 개편 시급
사업비 조달 금융구조 도입
공사후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소형주택 주택수 산입 제외 혜택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방안

고금리에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침체기를 걷고 있는 건설업계에 봄 성수기가 찾아 왔지만 업체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건설업은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는 수주가 꽁꽁 얼어붙기 마련이다. 겨울철 비수기 탓에 건설현장의 공정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 땅이 녹고 봄바람이 부는 3월이 되면 건설현장에서는 온기가 돌면서 기지개를 켜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봄이 찾아왔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한겨울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봄 성수기가 시작되는 이달에도 전반적인 지수는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고 시장 상황 개선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체감 경기는 온전히 호전되지 못하고 있고 업체들은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여전한 셈이다. 건설 전문가들의 진단을 중심으로 건설업계의 향후 전망과 해법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전북지역의 한 중소건설업체 K대표는 요즘 하루하루를 걱정 속에 살고 있다. 

최근 발주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매출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했던 관급공사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매출도 급감했다. 꽁꽁 얼어버린 건설경기에 자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 공사가 줄어들다 보니 지난해 매출은 반토막 났다. 인건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결국 일부 직원들까지 떠나 보내야 했다.

K대표는 “봄 바람이 부는 3월이면 발주물량이 서서히 늘어나 공사수주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듯도 싶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며 “올해에도 건설경기가 전혀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K대표의 이런 고민은 지표상에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가통계포털(KOSIS)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전년도 대비 25.5% 급감했다.

전북지역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전북지역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총 1만2,869건으로 전년도 2만3,244건 대비 -44.6% 급감했다. 인허가 건수가 1년 새 절반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 1월 인허가 실적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년 같은 기간 보다 79.1%나 급감해 전국 평균 20.5%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경기불황 속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시장 경색과 고금리로 사업비 마련에 고전하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건설 자재값 상승은 물론 사업비 조달에 필요한 부동산 PF 부실로 돈줄이 막힌데다 기존 PF 대출 금리까지 크게 오르면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규모 부동산 PF 뇌관과 경기침체 장기화로 ‘4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4ㆍ10 총선 이후 부실 사업장 정리와 함께 중견 건설사의 줄도산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건설업계의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견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건설업계의 위기설을 놓고 상반된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 내부에서는 위기를 초래한 PF의 구조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갈수록 오르는 건설 원자재 가격을 따져보면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주택건설 관련 핵심 자재인 시멘트와 철근, 레미콘 등 원자재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설자재 가격은 3년간 35.6%, 건설공사비지수는 26.1% 상승했다. 이는 지난 40년과 비교해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철근 수요는 급격히 얼어붙었고 지난해와 올해 추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시멘트, 레미콘과 달리 가격의 방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요가 감소하며 재고는 쌓이는데다 가격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건설업계가 사면초가로 내몰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 레미콘, 철근 등을 생산하는 기업은 날씨가 풀리는 3월에 건설현장이 활발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올해는 건설경기 침체가 악화하고 있어 3월의 높은 계절지수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본형건축비 인상에 건설업계의 고민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2년간 기본형건축비는 1년에 세 차례씩 총 6회에 걸쳐 뜀박질했다. 지난 2022년에 총 6.7% 인상되면서 기본형건축비 고시 시작 이후 연간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고, 지난해는 3.74% 올랐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각종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영세건설사들의 어려움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오를 대로 오른 금리는 내려갈 줄 모르고 이자 부담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여기에다 경기침체로 미분양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도 “건설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사업장과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원활한 민간 PF 조달 등 신속한 자금지원 방안 마련과 실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일용직 일자리도... 건설기능인력도 급감

#전주시 삼천동1가 삼천지구대 인근의 송정중앙로 일대.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몇몇 유료직업소개소가 오랜 세월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지난 2018년만해도 삼성, 광명, 미래 등 인근 7~8개의 유료직업소개소에서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감 찾기가 제법 손쉬웠다. 하지만 이마저도 겨울철이면 일감이 없어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발길은 거의 끊겨 버리기 일쑤다.

올해는 날씨가 풀리고 봄 성수기가 찾아왔지만, 이 일대 직업소개소에서 건설노동자들의 발길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당시만 해도 하루 평균 30~40명씩 일용 노동자가 일감을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건설경기가 더욱 더 악화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삼천동 인근 유료직업소개소에서 만난 한 소장은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동절에는 일감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건설경기가 어려울 때는 인감을 구하려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덕진구 관내도 마찬가지다.

덕진구 지역에도 모래내 시장 인근을 중심으로 유료직업소개소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일반 직종의 유료직업소개소를 제외하면 약 70여개의 직업소개소가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감을 알선해 주고 있다.

건설현장 인력의 고령화와 기능인력 ‘기근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실내건축이나 건축도장, 방수, 거푸집, 철근 온수온돌 공사 등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기능인력이 필요하지만 건설근로자의 고령화와 청년층의 건설현장 취업 기피현상으로 기능인력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내건축 공사의 대부분을 시공하는 목수의 경우 60대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며 7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지난달 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에서 건설업을 첫 일자리로 선택하는 청년층은 15~29세가 4.0%, 20~34세가 4.2%로 제조업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건설근로자공제회 자료에서도 전체 건설노동자 중 82.4%가 40대 이상이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인 50대는 35.4%, 이어 60대가 24.0%였다.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인 30대의 비율은 11.3%에 불과했으며 20대는 6.6%에 그쳤다.

현장기술을 전수할 도내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면서 향후 전북지역 건설현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기능인력의 숙련된 기술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못해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전북지역 건설업계에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고강도 골조작업의 경우에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조차 기피 현상이 심해 불법체류 인력이 없으면 사실상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산간 오지의 토목공사 현장은 건축 공사현장보다 근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 인력을 대신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건설현장에 외국 노동자 없이는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전북 건설업계에도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전주지역 한 건설업체 대표는 “인구 노령화와는 건설현장의 노령화와도 직결된다. 노령화 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숙련된 기능인을 전수할 젊은이들을 찾아 볼 조차 없다. 청년층의 건설업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능인등급제 등을 활성화 해 건설업의 작업환경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건설경기 부진 해법 조속히 추진해야

건설경기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와 금리인상, 공사비 상승에 맞물려 건설수주, 건축허가, 착공, 분양 등 건설 선행지표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는 내년까지 건설경기가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면서 건설사들의 시름 또한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공급체계를 마련하고 주택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올해 건설 선행지표가 부진해 단기적으로 건설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 종사자들은 공사를 진행할 수록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이 요즘의 경기 상황인데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는 전망에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께 금리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종식되지 않는 한 원자재 수급에 대한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전문가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지속가능한 공급 체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공급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한 정비사업 활성화와 물량 창출을 위한 공급 규제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속하고 원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추진을 비롯해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에서의 공공참여형 정비사업 활성화나 정비사업 용적률 체계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밖에도 사업비ㆍ분담금의 원활한 조달을 위한 금융구조 도입과 사업구조 개편, 재건축 사업 속도와 형평성 제고를 위한 관련 제도 개편 등도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주택공급 부족에 대비한 물량 확대, 주택사업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공급 축소 완화, 현실성 있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규제 마련, 미래 교육환경을 반영한 학교시설 공급 제도 개선 등도 언급했다.

주택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제도 개편 측면에선 시장 정상화를 위한 수요 진작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공사 완료 후 미분양 주택의 양도세 감면과 소형주택의 주택 수 산입 제외 혜택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수요 진작을 위한 방안으로 내놨다.

건산연은 “정책과제 실현을 통해 건설산업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뤄내고 동시에 국가의 경제적 발전을 이끌어가는 핵심사업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 개편이 하루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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