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니스트
/이춘구 칼럼니스트

 요즘 전북에서 지역학, 소위 전북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태조 이성계 리더십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우리시대의 난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북이 갈수록 소멸위기에 봉착하기 때문에 더욱 더 태조를 찾으며, 태조로부터 리더십을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전북을 건설하자는 염원의 발로인 것 같다. 전북의 소멸위기를 알려주는 인구 지표는 한 때 270만 명이던 도민이 이제 175만 명 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회의석수도 한때 24명까지 기록했으나 지금은 10석 유지도 힘들게 됐다. 지역내 총생산은 더욱 더 위축돼 인구 비중 3.4%보다 낮은 1.6%에 그치고 있다. 학자들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전주를 기반으로 조선을 창업한 태조 리더십을 적극 선양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조 리더십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하는가? 연구자마다 제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필자는 태조의 출생부터 성장, 여러 전투, 조선 창업, 그리고 500년 왕국으로서 조선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태조 리더십은 영웅적 리더십으로서 시대의 소명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다. 영웅적 리더십은 고려 말 중국에서 원명 교체기라는 혼란 속에서 자주국가로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자 했던 태조의 결단을 의미한다. 고려 왕실의 무능과 부패는 백성을 도탄에 빠져들게 하고, 나라는 근본질서가 무너지고 있었다. 영웅은 시대가 만들어준다는 말처럼 나라를 바르게 세우고 백성의 민생을 살리겠다는 시대적 소명을 태조가 감당하며 스스로 리더십을 다져나간 것이다.

 태조 리더십의 출발점은 하늘로부터 받은 천명의 실천이다. 태조의 역성혁명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나라를 바르게 세우라는 천명의 실천이기에 정당화할 수 있었다. 또한 천명을 감당할 만한 기개와 역량을 가졌기에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들과 함께 혁명을 일으키고 조선 창업에 성공한 것이다. 태조가 고려 말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된 것은 황산대첩이 계기가 됐다. 1380년 8월 만여 명의 왜구가 5백여 척의 대선단을 이끌고 금강 진포로 침입했다가 최무선의 화포에 밀려 주력부대가 지리산 운봉으로 쫓겨 갔다. 태조는 같은 해 9월 양광?전라?경상 삼도 순찰사(楊廣全羅慶尙三道巡察使)로 운봉으로 내려가 왜구를 전멸시키는 황산대첩을 거두었다. 황산대첩은 태조를 최고지도자 반열에 오르게 한 사건이다. 

 태조는 황산대첩을 거두고, 개경으로 회군하는 도중 전주 오목대에서 전주 이씨 종친들을 불러 승전연을 베풀며 조선 창업의 의지를 내비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등백운봉(登白雲峰), 백운봉에 올라’라는 칠언절구를 읊는다. 引手攀蘿上碧峰(인수반라상벽봉) 댕댕이 넝쿨 휘어잡아 푸른 봉우리 오르니, 一庵高臥白雲中(일암고와백운중) 한 암자 구름 속에 높이 누웠구나. 若將眼界爲吾土(약장안계위오토) 눈앞에 보이는 지경이 모두 내 땅이 될 양이면, 楚越江南豈不容(초월강남기불용) 저 초와 월나라 강남땅도 어이 마다 하리. 조선 창업의 의지를 넘어서 중국 초와 월나라까지 정복하고자 하는 기개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종사관 포은 정몽주는 말을 달려 남고산성 만경대에 올라 비분강개한 마음을 우국시로 남긴다. 

 태조는 1388년 명나라의 요동(遼東)을 공략하기 위해 출정했다가 위화도에서 회군해 우왕을 폐위하고 정권을 장악하게 된다. 함께 출정한 5만여 명의 군사를 돌려 개경으로 들어가 우왕과 최영을 축출했다. 태조의 위화도 회군은 장마철 군대를 움직이기 어려운 점도 고려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부국강병책을 쓴 다음에 요동을 회복하자는 데 뜻이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 백성을 보호하는 호민과 나라를 구해낸 호국정신의 실천적 리더십을 보여줬다. 태조는 이로써 고려 말 국가를 뛰어넘는 민족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지켜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조선 태조의 창업과 포은의 수성의 역사적 대결 등에서 배울 바가 많다고 본다. 이에 따라 정치 지망생과 경영 지도자 등을 위한 태조학교를 열 필요가 있다. 태조 리더십을 이해하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 속에서 유능한 지도자를 양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올바른 지도자 한 사람은 전북특별자치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리며 인류평화공영을 이끌 것이다. 필자가 태조학교 개교를 제안하는 취지도 여기에 있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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