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는 고달프다














운전기사는 고달프다

허성배․수필가

 누구를 막론하고 질병에 시달리다 보면 자기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운전사가 고질적인 직업병에 걸려 있을 경우 그 자체가 교통사고의
원인이 됨은 말할 것도 없다.

운전사의 직업병은 이렇듯 운전사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승객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대중교통을 담당한 운전사 가운데 89%가 각종
직업병에 걸려 있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운전사의 직업병이 교통사고와 직결되고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밝혀진 교통사고 원인이 이를 입증해 준다. 최근에 집계된 교통사고 원인을 보면 운전사의 과실과 법규위반으로 인한 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의 94.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그 과실의 주된 원인이
운전사의 과로와 직업병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대학교수가 조사한 운전사 직업병 실태를 보면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운전사들에게 많은 질병은 주로 위장병(59.5%), 무좀(35.5%), 시력장애(59.7%), 성욕감퇴(24.7%) 등이고 정신 및 신경질환(21.2%), 고혈압(3.6%) 환자까지 있다.

이러한 운전사의 질병은 교통사고의 증가추세와 직결돼 있다. 1년 평균 6천여명이 숨지고 10만여명이 부상하는가 하면 자동차 대당 사고율이나 사망률에서 『세계 제일』이란 불명예를 씻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운전사들의 60.2%가 만성피곤증이 겹쳐 이들 중 평균 57.7%가 신경안정제등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니 생각할 수록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면 운전사 직업병을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 운전사 직업병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조약한 교통여건과 근로조건의 개선이 시급하다. 전체운전종사자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4.1시간이고 그 중 시내버스와 택시운전사는 각각 평균 17시간 36분과 17시간 7분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이 운전사에게는 한낱 구두선에 불과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자동차 운전사업법 제33조의 2(과로방지)가 사문화되지 않도록 건설교통부는 철저히 감독하고 사용자
스스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운전사의 직업병은 자동차 운수업의 영세성과 자본금의
부실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국이 기회 있을 때마다 운수업체의 경영합리화를 주장해 온 까닭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이렇다 할 자본도 없으면서 운수업면허만으로 영세차주를 모아 업체를 구성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운수업체의 구조적 취약성은 직업운전사들에게
무리한 운전을 강요하게 되고 그로 인해 직업병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모든 운수회사가 운전사에게 과속, 과로운전을 강요하지 않아도
되는 근로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운전사의 직업병은 또 도로의 악조건, 심한 도시 공해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도로면적이 좁거나 그로
인한 교통혼잡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대기오염으로 숨막힐 지경인 도시환경을 이대로 두고는 운전사의 직업병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건강마저
위협받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보행자의 질서의식이다. 국민의 높은 문화수준, 자율적인 준법정신이 모든 운전사의 안전운행을 돕고 각종사고의 위험성에서 승객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의 의식구조와 제도․시설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켜 운전사의 직업병을 예방함은 물론 운전사에 대한 적성․건강진단을 철저히 실시해 이미 나타난 운전사의 직업병을 퇴치함으로써 사고
없는 명랑한 교통환경을 조성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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