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정부, 수도권 규제완화 빗장 풀리나

산업부,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공장 신증설 제한 완화 방침
유턴기업 경자구역 공장허용
외투기업만 수용하다 문넓혀
지방 수도권기업 유치 직격탄
인구-기업유출따른 세수감소
어려운 지방경제에 치명타

수도권대학 반도체학과 증설
증원규모 5년간 5700명 예상
도내 10년새 입학생 7천명 감소
수도권 쏠림 지방대학 몰락가속
전북 새만금 중심 교통망 구축
글로벌 인프라 갖춰 대응해야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안에 대한 수도권 대학 밀어주기에 이어 공장 신·증설에 초점을 맞춘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을 마련, 수도권의 빗장이 속속 풀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새 정부가 이끌고 갈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열 것을 약속했다.

기업의 지방이전 지원확대와 지방대학의 기업맞춤형 인재양성 등에 투자해 메가시티 조성을 돕겠다고 했다.

하지만 출범 두 달 만에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북 정치권도 이 같은 상황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보는 윤석열 정부 속에서 추진 중인 균형발전 정책들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대안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수도권 공장 신·증설 빗장 풀렸다

새 정부가 수도권 공장 신·증설 제한 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反)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를 풀어 민자투자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수도권 중심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과 같아 ‘지역균형발전’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서 장영진 산업부 1차관 주재로 ‘산업입지 규제개선을 위한 기업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과 관련한 규제 등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LG화학 등 해당 산단 입주 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산업단지공단 등 경제단체 및 기관이 참석했다.

산업부는 수도권 자연보전권역(경기 가평·양평 등) 내 공장의 신·증설 제한을 완화했다.

현행 산업집적법 시행령은 해당 권역 내 공장이 폐수처리 시설을 구축할 경우 공장 규모를 1000㎡ 이내로만 짓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부는 ‘폐수 배출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 기준을 2000㎡까지 확대했다.

산업부는 수도권 소재 특정 기업의 사례를 예로 들며 “경기 여주 소재 T사는 지금까지 공장 증설이 불가능했지만 시행령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유턴기업(국내 복귀기업)의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신·증설도 허용된다.

산업집적법에 따라 현재 수도권 내 경자구역(인천·경기)에서는 외국인 투자기업에게만 공장의 신·증설이 허용된다.

이를 유턴기업에게도 허용해 수도권 경자구역에서 공장을 새로 짓거나 늘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산업부는 폐수 배출이 없는 공장 등을 도시형 공장에 포함하고,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공장) 내 지원시설 입주 업종도 기존 은행·약국·어린이집 등에서 사실상 모든 업종(농업·도박업·주택공급업 등은 제외)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단지 내 산업시설구역의 공장용지에 지식산업센터를 설립하는 경우 정보통신산업과 지식산업의 입주도 허용된다.

산단 입주기업의 귀책 사유가 아닌 사유로 공장 착공이 지연된 경우 공장 착공 기한은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된다.

이들 방안 역시 대부분이 수도권 중심의 완화 정책들이어서,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의 고사 위기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개정안은 국내 복귀기업의 수도권 내 경제자유구역 신·증설 허용을 골자로 한다.

수도권에서의 공장 신증설은 기존에는 외국인 투자기업에만 허용돼 왔다.

이에 대해 전북 등 지방지자체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내 경제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지역 경제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규제와 지역기업 유치에 따른 보조금·세제감면 등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기조가 유지돼 왔으나, 정부의 이번 결정이 자칫 ‘균형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북도 투자유치 담당자도 “비수도권은 수도권의 경제적 규제가 유지되고, 그에 더해 세제감면 등 혜택이 이뤄져야 그나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수도권 규제가 풀려버리면 지역은 당연히 경쟁력을 잃게 돼 지자체 입장에서 정부의 이번 방침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기업들도 이번 정부의 방침이 불러올 경제적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인구 유출, 기업간 시너지 효과 감소 등 파급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도권에 기업들이 몰릴 경우 지방의 수도권 기업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북도의 우려다.

수도권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지방이전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게 되면서 전북도 등 지방의 기업유치가 줄어들고, 그만큼 일자리가 사라지며 지방세수가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지역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큰 틀에서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잇따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부 관계 부처, 타 시·도의 동향 파악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20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산단공 인천지역본부에서 산업입지 규제개선 간담회를 하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20일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산단공 인천지역본부에서 산업입지 규제개선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 허용

교육부가 반도체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의 첨단 분야 학과 인원을 늘리기로 발표했다.

반도체 관련 대학 학과 신·증설을 통해 정원을 늘려 반도체 산업 인재를 키우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 학과를 만들거나 늘리려면, 교수와 건물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반도체 관련 분야는 교수만 확보하면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증원 규모가 5천700 명으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학부생은 2천 명 정도로 지역에 구분 없이 배분된다.

이미 수도권 14개 대학은 1천200여 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원 규제를 받은 수도권 대학들도 정원을 늘릴 수 있어 수도권 쏠림을 더욱 심하게 하는 최악의 정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10년 전보다 입학생 수가 7천 명 가까이 준 상황에서 지역대학 소멸을 앞당기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대학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분야 학과 증원이 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확대되면 지역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모집에 허덕이는 지역대학들의 신입생 부족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는 지난 10년간 대학 입학생수 증감률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10년과 2020년을 비교한 입학생 증감률을 보면 전국 대학 입학생 수가 8.2% 감소했는데 서울(+0.9%)과 인천(+1.8%)는 오히려 늘었다.

전북의 경우도 입학생 감소폭이 14.7%나 줄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가 풀리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북도의회 이명연(전주10) 의원은 “수도권 반도체학과 정원이 실제로 확대된다면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만 늘려 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이는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해 지방대학의 몰락을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고 지역 쇠락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준비 중인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의 정원 확대 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지방대학 중심의 반도체 인력 양성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정부가 출범 한달 만에 수도권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며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과 충격을 안겨 줬다”며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수도권대학 반도체학과 증원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지방대학 중심으로 반도체학과 정원을 확대하면서 인적∙물적 지원을 집중시킬 것”을 촉구했다.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한 대안은?

수도권규제완화가 추진 전에 전북경제의 강점과 약점 등은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규제완화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전북 경제가 매우 절박한 상황이라며 후보시절부터 대기업 계열사 유치를 약속해 왔다.

전북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고 기업을 유치해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각오다.

전북은 새만금이라는 광활한 땅을 갖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부지 임대와 분양을 할 수 있다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연계교통망 구축이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공항과 항만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기업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간선도로 등도 윤곽이 드러나고는 있으나 새 정부에서 연차별 예산확보 일정이 불투명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에 도는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광역 연계교통망 구축을 서두를 것과 새만금 조기개발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계교통망을 서둘러 구축하게 되면 도는 수도권규제완화 추진에 맞설 수 있는 글로벌 인프라를 갖추는 셈이기 때문이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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