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떠난 여행, 그곳에서 추억을 캔버스에

은호등 작가의 작품 주제는 ‘가족’이다. 아내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느끼는 삶이 작품에 녹아있다.
작가는 자신이 바라본 따스한 시선들이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관람객들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상상하고, 느껴주길 바라고 있다.
/편집자주
 
 

은호등 작가는 지난 2002년 전북예술회관에서 학사논문 청구전을 연 후 긴 시간 동안 개인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작품 활동을 하기에는 버거운 점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하게 붓을 놓은 것은 아니다. 단체전을 통해 틈틈이 작품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붓을 계속 잡게 해 준 원동력은 남편이었다. 남편 역시 작가다. 김성욱 작가로 대학 때 만났다. 김 작가는 최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신랑이 작품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저도 하게 됐어요. 또 저를 많이 소개시켜 주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게 되더라고요.”

2002년 개인전 이후 단체전에서만 작품을 보였던 작가는 드디어 2014년 개인전을 연다. 갤러리 카페인 전주 리브로스에서였다. 개인전을 앞두고 작가는 주제 선정에 고심했다.

고심 끝에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다가서자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일상을 뒤돌아봤다. 작가의 일상에 가장 크게 자리한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면 이야깃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가족과 함께 한 장소에 대한 추억이 많았어요. 작품에 여행을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작가는 여행을 많이 다닌다. 남편이 작품 때문에 가는 스케치에 동행하기도 하고, 자신의 운영하는 미술학원 제자들과 함께 스케치를 다니기도 한다.

물론 두 아이도 함께한다. 여행을 가면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듯이 작품도 하나의 앨범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면 회화를 선보여 왔던 작가는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입체를 도입했다. 앞선 작품에서는 여행지에 있는 인물에 그림자를 넣었었다.

그림자를 통해 과거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입체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었다.

“그림자의 한계가 느껴졌어요. 입체는 주제를 한층 더 끌어낸 거죠. 입체에 그림자가 비춰지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느낌을 더했어요. 추억을 하는 거죠.”

작가는 대체적으로 인물들의 얼굴에 눈, 코, 입을 그리지 않는다. 작품 속의 가족은 작가의 가족일 수도 있고, 보는 이들의 가족, 친구일 수도 있다.

“인물에 표정을 넣지 않아요. 관람객들 각각의 경험치대로 그림을 봐주길 원하는 거죠. 스스로 추억을 꺼내기도, 또 여행을 계획하기도 하겠죠. 관람객에게 해석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싶었어요.”

작품에는 부산항이 등장하기도 하고, 부산대교, 태종대, 영도등대, 아쿠아리움도 등장한다. 유명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2014년 개인전 이후 작가의 행보는 꾸준하다. 2015년, 부산 영도등대에 있는 SEE&SEA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고, 2016년에는 누벨백 갤러리에서 ‘가족-함께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4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4번째 개인전에서는 전주지역이 많이 등장했다. 덕진공원, 한옥마을, 전동성당 등 풍경들이 익숙하다.

전시를 거치면서 입체는 우드락에서 한지로 변화됐다. 한지를 중첩해 입체를 표현해 내면서 평면의 한국화적 느낌과 대비되는 이질감을 덜어냈다.

올 하반기에도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전북이 아니라 부산이 될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도 가족을 보여줄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내 일상에서 다른 곳으로 시간을 옮기는 것이 쉽진 않아요. 가족이라는 테마가 제일 안정적인 것 같아요. 일상과 가족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입체와 그림자를 더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프로필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과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학사논문 청구전(전북예술회관)

리브로스 초대전(리브로스 갤러리)

SEE&SEA 갤러리(부산 영도등대)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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