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편지-교신-폭발··· 다음엔?

▲ 몽(夢)-아련한 기억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로망이다. ‘하면 되잖아’하고 반문해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경제적 여건을 보게 되고, 스스로가 부지런해야 한다. 또 남의 시선도 신경 쓰인다. 홍경태 작가는 그런 면에서 자유롭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뒤돌아 보지 않고 그것에 파고든다. 이는 예술에 대한 욕구다.
/편집자주


현재까지 3번의 개인전을 연 홍경태 작가는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매 개인전마다 확 바뀐 그의 작품들은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크게 변화됐다.

보통의 작가들은 자신의 소재를 하나 보여주면 그것으로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만큼, 또 하고 싶은 만큼의 최대치를 보여주려 한다. 또 어떤 이들은 그 한 가지를 평생 가지고 가기도 한다.

그렇기에 매번 변화되는 작가의 전시는 낯설면서도 이채롭다.

2012년 첫 개인전을 연 작가는 병풍을 소재로 가져왔다. 병풍은 예전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보기가 힘들다.

간혹 제사 때나 병풍을 치곤 하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없어지는 추세다. 작가는 이 병풍에서 공간의 흥미로움을 찾았다.

“어릴 적에 집안 제사가 있으면 병풍을 치곤 했어요. 병풍은 공간에 대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병풍을 치면서 하나의 공간이 둘로 나뉘고,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되잖아요.”

요즘은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장례식장에서 치르지만 예전에는 집에서 치렀다. 고인을 방안에 모시고, 그 앞에 병풍을 쳤다. 그 병풍 하나로 고인이 있는 쪽은 죽은 자의 세계, 바깥쪽은 산 사람의 세계가 된다. 어디가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그 기준점은 모호하지만 분명 병풍 하나로 세계가 나뉘었다.

또 병풍을 펼치다보면 작은 틈이 있다. 그 틈은 병풍 반대편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병풍으로 공간과 관음증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또 상황에 따라 병풍은 공간을 변화시키잖아요. 혼례식, 집안 잔치에도 병풍이 세워지죠. 이러한 점들이 흥미로웠어요.”

2013년 두 번째 개인전에서 작가는 소재를 병풍에서 편지로 옮겼다. 편지 역시 작가의 옛 기억 한부분이다.

손쉬운 휴대전화가 생겨나면서 편지는 추억이 돼버렸다. 작가는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쓰던 편지, 설레는 마음으로 오매불망 기다리던 편지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어릴 적부터 무엇인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편지는 기본이고, 작은 쪽지, 일기도 자주 썼죠. 전 그것들을 모두 모으고 있어요. 손으로 써내려간 편지는 휴대폰 문자로 보내는 것과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진심어린 마음을 전달하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 후 2015년, 작가는 편지와 맞닿아있는 교신의 주제를 가지고 돌아왔다. 운석의 느낌을 가진 작품은 안테나를 갖고 있다.

“상대방과 나와의 교감의 문제를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내 뜻과 다르게 말들이 와전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내 마음을 전파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죠.”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의 성분들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고, 우주과학 발전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운석을 우주에서 지구에 보내는 하나의 메시지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는데 제 마음이 투영된 작품들이에요.”

내년 전시를 계획하고 있는 작가는 또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작가가 소재로 잡은 것은 폭발이다.

무엇인가 큰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작가는 그 계기를 폭발로 설정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매번 다른 것들을 보여주는 작가는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작업에 임하진 않는다. 그저 눈에 보이고, 마음에 와 닿는 소재를 택할 뿐이다.

“생각한 것을 바로 작품에 옮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매번 소재가 달라져요. 제가 했던 소재 중 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어나가겠지만 아직 그렇지는 않아요. 떠오르는 것들을 바로 하고 싶을 뿐이에요. 제가 했던 소재들을 다시 할 수도 있어요. 모두 제 것이지, 남의 것이 아니잖아요.”

프로필

2011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

2013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조소전공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2015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조소전공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개인전

2015 초대 개인전 교감과 공존, 그리고 휴식(삼성 래미안 갤러리) 제3회 교신(交信)-너와 나(전주 우진문화공간), (가나인사아트센터)

2013 제2회 마음의 소리(전주 교동아트스튜디오)

2012 제1회 居之中地병풍基의미造(전주 교동아트스튜디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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